오은영 상담료와 의대 교수의 자괴감, 공공 전문가 보상 기준이 멈춰선 이유

최근 저명한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오은영 교수의 천문학적인 상담료를 접하며 느낀 깊은 자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중증 환아와 사투를 벌이며 대학병원이라는 제도권 진료실을 지켜온 학자가 느끼는 허탈함은, 단순히 개인적 질투나 물질적 욕망으로 치부할 수 없는 공공의료 최전선의 깊은 상흔을 드러낸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의료의 영역까지 완벽하게 장악한 오늘날, 생명과 영혼을 다루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 부여되는 공공 전문가 보상 기준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괴리를 겪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본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의료와 교육, 학문 연구는 무제한적인 이윤 추구와는 엄격히 구별되는 도덕적 숭고함을 본령으로 삼아왔다. 사회는 의사와 교수, 공직자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적 책무와 직업적 절제를 요구해 왔으며, 이들 역시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한다는 묵시적 사회계약 속에서 자부심을 유지해 왔다. 공공의 안전망을 지탱하는 이들의 헌신은 국가 체계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었으며, 시장의 무자비한 가격 경쟁으로부터 취약한 시민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따라서 시장의 무제한적인 가격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공공 영역에 이식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엄격한 사회적 경계와 윤리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민간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간당 수백만 원의 상담 비용이 의료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보통의 시민들은 필수적인 치유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양극화의 심연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가격의 상한을 설정하고 전문가 집단의 사적 영리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통제 장치로 기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로마 제국 말기, 국고가 고갈되자 황제들이 지방 참사회원(Decurion)들에게 징세 책임을 강제로 전가하며 공공 봉사를 영구적인 신분적 형벌로 굳혀버렸던 역사는 오늘의 제도적 침묵과 섬뜩하도록 닮아 있다. 시대가 급변하고 유동성의 파도가 화폐 가치를 파괴하는 동안, 국가 행정시스템은 유독 공공 전문가 보상 기준과 공직·교원 체계의 기준금액만큼은 비현실적인 과거의 시계 속에 동결해 두었다. 과거 선대 관료들의 비리와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덧씌워진 겸직 금지와 엄격한 품위유지라는 징벌적 규제는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오늘날 연구와 교육, 공공의 소명에 청춘을 바친 후대 공무원과 국가교원들을 경제적 실재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현대판 ‘제도적 노비’로 옭아매고 있다. 체제가 물가와 가치의 폭등을 행정적으로 방기한 채, 그 희생을 오직 직업윤리와 청빈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할 때 공공을 지키는 이들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순간 부도덕한 죄인으로 낙인찍히는 기괴한 모순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개인적 울분을 곧바로 맹목적인 시장 만능주의의 수용이나 공공 규범의 전면적 해체로 직결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와 대학, 공공병원이 유지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은 여전히 국가 공동체의 신뢰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겸직 허용이나 통제되지 않는 영리 활동의 허용은 자칫 공공 윤리와 직무 전념성의 붕괴라는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해법은 방임적 자유화가 아니라, 낡고 경직된 행정 기준을 시대의 화폐 가치와 전문성의 실질적 무게에 부합하도록 정교하게 현실화하는 제도적 유연성에 있다. 공공 전문가 보상 기준을 단순한 비용 통제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도의 전문 지식과 헌신에 걸맞은 합당한 가치 보전의 체계로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과거의 부정부패 방지라는 낡은 트라우마에 갇혀 미래 세대 공공 인재들의 손발을 묶어두는 획일적 행정 편의주의를 걷어내고, 합리적인 성과와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객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끝없는 인내와 침묵의 희생이 아니라, 그 헌신에 합당한 사회적 존엄과 실질적 예우여야 한다. 사적 시장의 화려한 불빛 아래서 공공의 등불을 든 자들이 더는 모욕감과 박탈감에 눈물짓지 않도록 제도의 문턱을 현실화할 때, 비로소 우리의 공공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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